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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과여행] 낙동강 세평 하늘길 따라

  • 작성자 | 정성엽
  • 작성일2017-09-13

낙동강 세평 하늘길은 낙동강을 따라 트레킹과 산과 어우러진 낙동강의 아름다운 풍경을 자연 그대로 느낄 수 있는 트레킹 코스로 승부역에서 양원역 5.6km, 양원역에서 분천역까지 6.5km, 12.1km 거리로, 걸어서 4시간이 소요되는 코스다.




영주에서 기차를 타고 1시간이 걸려 도착한 승부역은 트레킹이 아니면 아무도 오지 않을 그런 조그마한 역으로 희방이라는 백구가 사람들을 반긴다. 백구는 성격이 온순하다고 집 지붕에 이름과 성질을 자세히 적어 놨다. 산속에 혼자 살고 있는 놈이라 그런지 유독 정에 굶주린 거 같은 착한 백구였다. 역을 지키는 놈인지, 역을 방문하는 사람들을 반기는 일을 하는 놈인지 모를 놈이다.



대합실은 없지만 기차에서 내리는 손님을 반기는 상점들은 있다.

산나물을 팔고 막걸리도 판다. 이른 아침이지만 막걸리 한잔을 사서 마셨다.

한잔에 천원이라 부담 없다. 옥수수 막걸린데 진하고 맛있다.

막걸리가 맛있어서 승부역이 생각날 것 같다. 막걸리를 마시면 안주는 공짜다.

인정 많은 가게 주인 아주머니는 파전과 김치, 짱아찌를 넉넉히 내놓았다.

트래킹을 마쳤다면 퍼질러 앉아 막걸리 3~4잔은 너끈히 마셨을텐데 아쉽웠다.

막걸리 한잔을 마시고 트래킹을 시작했다.

철길 건너편 바위에 쓰여진 글귀가 승부역을 말하고 있다.

승부역은 하늘도 세평이요. 꽃밭도 세평이나

영동의 심장이요. 수송의 동맥이다.




옆에 강을 끼고 철길을 따라 걷는다. 산길이 아니라 그늘이 거의 없다.

햇살이 뜨거운 여름보다 봄, 가을에 걸으면 최고의 코스일 것 같다.

눈부신 햇살을 온몸으로 맞으며 걸어도 마냥 좋다. 집사람이 옆에 있어서 더 좋다.

얼마 걷지도 않았는데 길가에서 쉬는 사람들을 만났다.

그냥 지나칠 수 없다며 우리를 잡더니 소주 한잔에 맛난 음식들을 주셨다.

앙증맞은 소주잔에 마시는 소주가 달다.

호박전에 만두, 삶은 계란에 앵두까지 안주도 푸짐하다.

그냥 서있으면 음식을 입안으로 떠 먹여주기까지 한다.

넉넉한 인심에 우리의 마음까지 열렸다.

우리가 나눌 수 있는 것이 별로 없어 아쉬울 따름이였다.

챙겨간 초코릿을 다 건네주고 다시 걸었다.




경사가 있는 등반이 아니여도 걷기가 쉽지 많은 않다.

그래도 걸으면서 펼쳐지는 절경은 걷는 우리의 마음을 들었다 놨다한다.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마음이 착해지는 것을 느끼며 걷고 또 걸었다




정오가 되자 해가 머리꼭대기에서 지글지글 끓는다.

처음에는 낭만적이고 분위기 좋았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걸음이 무거워지고 발도 아프다.

이것저것 얻어먹어 배는 별로 안고프지만, 그늘에 앉아 쉬기로 했다.

원래는 걷다가 쉬다가를 반복하면서 여유 있게 걸어야 하는데 페이스 조절을 아직 하지 못하는 초짜들이라 몸이 힘들어야 그제서야 쉰다.

많이 걸어 몸으로 체득해야 좀 더 여유 있는 걷기를 즐길 수 있겠다.




기찻길 다리 밑에 자리를 잡았다.

자리를 잡으니 배도 슬슬 고프다.

집에서 싸온 음식들을 내놓고 점심을 먹었다.

밥에 맥주 한 캔 씩을 먹고 자리에 누웠다.

다리밑 구석이지만 누우니 내집만큼 편하다.

별로 돈 들이지 않고 이렇게 맘 편하게 즐길 수 있어서 참 행복했다.

걸어온 만큼 걸어가야 하기에 마냥 퍼질러 있을 수가 없다.

챙겨서 일어나 다시 걸었다.



승부역에서 양원역까지 보다 양원역에서 분천역까지의 길이 더 잘 닦여있다.

자연 그대로의 길도 좋지만, 한참을 걸은 후라 아스팔트 길도 나쁘지 않았다.

다리도 아프고 피로감이 몰려오지만 높은 산세 사이로 유유히 흘러가는 낙동강물은 보기만 해도 가슴이 시원해진다.




드디어 분천역에 도착했다. 승부역에서 분천역까지 5시간 정도가 걸렸다.

중간에 밥 먹고 잠깐씩 쉰 것을 빼도 4시간은 걸은 셈이다.

12km, 거리는 얼마 안 되지만 만만한 코스는 아니다.

분천역에 무사히 도착한 것이 뿌듯하고, 별 준비없이 서둘러 나섰지만 걷기로 한 것이 잘 한거 같아 대견했다. 분천역은 산타역으로 유명하다.

역 주변을 크리스마스와 관련된 조형물과 시설로 아기자기하게 볼거리가 많다.

시원한 음료를 마시면서 몸은 힘들었지만 기분은 좋았다. 승부역에서 분천역까지의 트래킹을 시작으로 산행보다는 자락길이나 평지를 걸어보자는 마음이 생겼다.

요즘은 많이 걸으려고 한다. 걷는데도 시간, 여유, 의욕 등등 많은 것들이 필요하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초록들이 알록달록하게 물드는 가을에 다시 와야겠다고 힘들게 걸으면서 다짐했다.